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유지해야 할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환경은 굉장한 위기에 놓여 있다. 교회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적 의무는 없지만, 윤리적으로나 신앙적으로 교회를 제로에너지빌딩(ZEB)으로 건축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다른 교회의 모범적인 의미도 있고, 기독인으로서의 사명도 내포돼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표·발효된 지난 9일 방문한 서울 향린교회. 이곳에서 만난 서형식 집사에게 교회를 ZEB로 신축한 배경에 대해 묻자 이 같이 답했다.
이날 처음 마주한 향린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것 외 지역 사회와의 조화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교회의 이러한 고민들은 여러 군데에 투영돼 있었다.
통상 태양광 모듈은 발전 효율을 위해 옥상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향린교회는 옥상 설치로 인한 빛공해를 우려해 일체형 태양광 모듈을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인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을 도입했다.
교회 주변은 거주 및 다양한 업무복합시설이 들어서 있는 빌딩 숲 사이에 자리해 있었다. 이에 BIPV 설치뿐만 아니라, 모듈을 구성하는 셀의 모양이 기존 매끄러운 유리 표면의 모습이 아닌 ‘빗살무늬 토기’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의 셀의 모듈을 택하는 등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에너지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았던 김재민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대표는 “태양광 모듈 표면을 빛산란 최소화를 위해 빗살무늬 형식으로 특수 제작했다. 이를 통해 주변 거주민의 빛공해를 예방하고, 이와 함께 건물 외벽 디자인과 색깔의 조화라는 3가지 효과를 거뒀다”며 “비록 발전효율은 떨어지고, 가격도 일반 태양광 모듈 대비 거의 3배에 가깝게 비용이 들었지만, 교회의 기존 설계 목적과 부합해 이 같은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중심 역할을 했던 향린교회는 중구 명동에서 종로구 내수동으로 터를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교회는 건물 신축을 위해 다양한 논의에 나섰고, 기후와 환경 위기 문제에 건축물 자체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주목해 설계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향린교회는 건축물에 ‘제로에너지’라는 개념을 접목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BIPV’ 도입을 결정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교회가 태양광 발전 시스템 도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고민들이 많았다”며 “옥상에 설치할 시 주변 거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빗살무늬 형태의 BIPV를 최종 택했다”고 강조했다.

교회 외관을 살펴본 뒤 찾은 곳은 건물에너지관리스템(BEMS)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실이었다. BEMS는 건물 내 조명, 냉·난방설비, 환기설비, 콘센트 등 에너지 사용기기의 각종 정보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일련의 장치와 기술을 의미한다.
이날 BEMS로 집계된 향린교회의 에너지 자립률은 14.09%였다. 건물 전체 전기 사용량은 2.24MWh였고, 태양광 발전은 315.2kWh. 이 모든 정보를 한 화면을 통해 확인 가능했으며 방문하는 모두가 이를 볼 수 있게 해 놨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김 대표는 “통상 겨울철에는 에너지 자립률이 14%~15%, 여름에는 25%가량 나온다”며 “시범가동을 시작했던 7월부터 현재까지 처음 설계했던 대로 에너지 자립률 수치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자립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향린교회는 단열성이 높은 유리창을 사용하고, 히트펌프 기반 냉·난방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에너지 수요 감축을 위한 노력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종교시설임에도 불구, 예배실 내 창문 크기를 작게 만들었다는 점은 교회의 에너지 수요 감축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 대표는 “교회가 가진 특수성 때문에 이러한 에너지 자립률 수치가 나오는 게 가능했다”며 “거의 냉·난방이 향린교회 에너지 수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교회이기 때문에 특정 시간대에만 에너시 사용량이 집중돼 있다. 더욱이 일반 회사와 같이 전력 소모가 많은 기기를 지속 사용하지 않는 점도 차이점이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교회 측의 이러한 노력들은 인증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6월 준공된 향린교회는 같은 해 3월 ZEB 예비인증(에너지 자립률 29.8%, ZEB 5등급)을 완료했다. 이어 한국에너지공단 인프라 구축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아 BEMS를 구축한 뒤 7월 에너지 효율 등급 심사를 통해 최종 ‘1++등급’ 본 인증을 받았다. 1++등급은 연간 단위면적당 1차에너지 소요량(kWh/㎡)이 80이상 140미만일 경우 부여된다.
ZEB는 1~5등급으로 나뉜다. 5등급은 에너지 효율 등급 1++ 이상, 자립률 20% 이상이어야 한다. 두 기준 모두 충족한 향린교회는 지난해 9월 에공으로부터 ZEB 5등급 인증을 최종 획득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확산효과 면에서 향린교회는 이상적인 선례다”며 “교회에 사회 각계 장들이 많이 찾는데 이들이 교회의 에너지 감축 노력을 보고 동참하기 위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자체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사보기)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3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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